​이제 20개월이 된 남자아이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제가 하루종일 키운 것은 채 몇주가 되지 않고
낮에는 시터에게 맡겨서 키웠습니다.
그러다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와서 시터 아주머니는 3월까지만 하고 그만 두시고
4월부터는 낮에 어린이집에만 맡겨서 키울 계획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는 주로 어른들과만 상호작용했는데
(엄마, 1년 된 시터아주머니, 주말에 보는 아빠, 가끔 보는 조부모,
놀러와서 자고 가기까지 하는 엄마 친구들, 두달동안 얹혀 살았던 엄마 친구... 등등)

낯을 별로 가리지 않았고 생글생글 웃으며
귀여움 받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 사회성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외출하는 것,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대단히 좋아했고,
딱히 문화센터나 플레이데이트를 일부러 한적은 없지만
지난 가을(14-15개월경)부터는 놀이터에 가면
모르는 누나들이 가끔 와서 놀아주는 것에 재미를 붙이는 바람에
유모차 타고 거리를 가다가도 여자애들만 보면 괜히 생글생글 웃으며
관심을 끌어 보려고 노력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새로운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고집이 세다'라고만 표현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3주차쯤 됐을 때 우리 아이가 기분이 나쁠 때 다른 아이가 다가오면
소리를 치며 화를 낸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끼리나 다른 아이와 선생님의 접촉에도 화를 낸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0세부터 어린이집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 엄마의 입장에서
한국의 천편일률적 어린이집에 대해 가장 걱정되는 점이 '너무 좁다'라는 것이었고
(그나마 공간 여유가 있는 곳을 택했지만) "좁아서 스트레스 받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짜증을 내면서도 대충 적응을 해서
4주차에는 9시부터 4시까지 어린이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약 2주 전에) 플루에 심하게 걸려 대학병원 6인실에 입원했는데
다른 아이들에 대한 반응이 정말 심각해졌습니다.
다른 아이가 반경 몇 미터 내에 들어오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고
무슨 소리를 내도 소리를 되질러 방어합니다.

퇴원 후 일주일 동안 집에서 쉬다가 주말이 되어 데리고 나갔는데
사람 많은 창고형 매장의 식당에서 다른 아이가 관심을 보이거나 지나가기만 해도
새된 소리를 빽빽 지릅니다. 

매장에서도 카트에 앉아 좌우를 보며 계속 소리를 질러 대서  

정상적인 쇼핑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태도도 무던하고 남들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말이죠.

집에 와서 TV를 봐도 다른 아기가 나오면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텔레토비에 나오는 햇님 아기한테도 소리를 지를 정도이고
육아프로그램은 아예 보지도 못합니다.
특히 삼둥이를 싫어하네요. 인구밀도가 높아서 그런지;;

결국 오늘 아침에 2주만에 어린이집에 보냈지만
반갑다고 다가온 여자애에게 빽빽 소리를 질러서
한시간만에 쫓겨나고야 말았습니다.

저도 아무리 탄력근무지만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5월 말에는 동생이 태어나기 때문에
다른 시터를 구하기도 애매한 시기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집 다니기 전에도 떼를 쓸 때는 있었지만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발달의 일환이려니 했고
사람 많은 곳에서 떼쓰는 것도 뭘 사달라고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뭔가에 집착하는 문제도 별로 없어 보이고
집안 식구들이 다들 한 성격 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봤을 때 특별히 고집이 세 보이지도 않는데
오로지 다른 아이들에게 너무 공격적입니다.


사실 애나 엄마나 고열이 동반되는 심한 독감에 걸렸다가
아직 병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이고요.
(피부 발진, 설사 등이 지속되고 있고 밥도 다시 잘 먹기 시작한 지 하루밖에 안 됐어요)

오늘 대학병원 외래에 마지막으로 갔다 왔는데
아주 잠깐 아이 문제를 상담하면서 소아정신과라도 가야 되는것 아니냐고 했더니
소아과 교수님이 코웃음을 치시더라고요 -_-
저는 몇주째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으니 일도 할 수 없고 미치겠는데 말이죠


제가 마음을 여유롭게 먹고 집에 있으면서 많이 관찰하고 놀아 주면
해결되는 문제일까요...?

어린이집도 계속 이 상태라면 아예 못 다닐 것 같은데요.
어린이집 쪽에서 먼저 그만두라는 얘기는 하지 않네요.
하루에 한두시간씩이라도 보내서 적응시키는 게 맞는 것인지...

애 아빠는 다시 전처럼 시터 아주머니를 불러서 키우자고 하는데
만일 그게 가능하더라도(요즘 무료어린이집 때문에... 애 둘을 하루종일 보려는 시터는 없죠)

그런다고 생긴 문제가 없어질 것 같진 않고요.

무엇보다 이제 곧 둘째가 태어나니
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상담이나 치료를 하려면 지금밖에 시간이 없는데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해서 방치했다가 화를 키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장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1-2주 더 일을 접고 애를 보면서 기다려 봐야 할까요.

답답해서 긴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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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내용



답변이 늦어 죄송합니다.

20개월 아이가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시작하고 있군요.

초기 주 양육자도 자주 바뀌고 어른들과의 경험은 많지만 또래와 접촉한 경험이 적었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또래와 나눌 준비가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집에서 어머님이 같이 있어주는 시간을 충분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개월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둘째가 곧 태어나서 다시 어린이 집을 가야 한다면 지금부터 서서히 준비를 시키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루종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한 두시간부터 시작해서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연습이 좋겠네요.

어머님이 일을 하고 계셔서 아이를 보살피기가 수월하진 않으시지만 가능하시다면 지금은 아이와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셔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관심을 갖고 시도하는 모습이 생길 겁니다.

혹시 어린이집에 간다면 선생님의 도움으로 중재를 빨리 해 주지 않으면 친구들이 자기 것을 만지는 것에 대한 불만은 계속 보일 거에요.

그래서 지금 또래와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의 모습에도 몹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구요.

억지로 친하게 지내게 하기 보다는 또래와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나누는 것은 안되는 단계이니 

엄마와 함께 친구를 만나면서 즐겁게 지내는 시간을 갖는 경험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아이의 발달이나 이러한 심리적 상태가 좀 더 궁금하시다면 방문하셔서 상담을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것 같네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준비하고 양육적 태도를 바르게 점검해 보시는 것도 어머님께도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지내시다가 고민이 되시거나 다른 의문 사항이 있으시면 다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