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일방적인 감정적 배설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이영민 소장은 “주로 휴대전화 문자나 미니홈피, 각종 인터넷 매체 등에서 주고받는 대화로 인해 줄임말이 나타나고, 깊이 있는 대화보다는 순간적인 감정을 욕으로 표현하게 된다”며 “의미 없는 일방적인 감정적 배설”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한국청소년학회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청소년의 언어 사용 실태 연구’(박용성·박진규, 제16권 제11호)에 따르면, 부산지역 중·고등 학생 4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욕설이 인터넷을 통해 재탄생 혹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청소년들이 사용하고 있는 비속어에는 ▲새끼-ㅅㄲ-새퀴-씹새-씹숑-씹 ▲찐찌버거(찐따+찌질이+버러지+거지) ▲존니스트-존나(조낸)의 최상급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등이 있으며, 이는 욕이 축약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욕인지도 모를 말들도 있고, 더 큰 문제는 이런 말들이 여과 없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심각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다.

논문에 따르면, 홈페이지나 인터넷 대화 등에서 사용하는 이 말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68.2%로 나타나 학생들도 통신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과다한 통신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통신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따돌리는 등의 이질적인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영민 소장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한다”며 “여러 감정의 변화와 열등감을 느끼는 청소년 시기에 욕을 하면서 자신들의 공격성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을 공격하려는 것보다는 자신의 외로움이나 두려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욕을 통해 방어막을 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이런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상대에 대한 배려나 사고 없이 즉각적이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표출, 이기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자녀와 대화 단절이 문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족 간 대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돈 버느라,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맴도느라 대화가 단절된다. 이렇다 보니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 거리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닫게 된다. 바쁜 일상이지만 아이에게 관심을 갖자. 특히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누군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알아두자. 가끔이라도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주말이나 방학 때는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자녀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말로 표현도록 돕는다(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게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가정에서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여가시간을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에만 두지 말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단지 욕을 쓰지 않게 억압하기보다는 자신이 사용하는 욕의 뜻을 알고 스스로 조심하도록 한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대체어를 만들자.

이영민 소장은 몇 년 전 방송된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에서 ‘빵꾸똥꾸’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부정적 감정을 비교적 가벼운 대체어로 사용한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뻔한 얘기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대화만한 해결책은 없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압적이거나 지나치게 방임적인 교육은 아이들과의 벽을 더 두텁게 만드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