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들과 부모와의 갈등 (1) - 신용정보회사 사보 2011. 4월호

* 본 글은 이영민 소장께서 쓴 사보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원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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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갈등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영역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학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생활습관’이다.

이 둘이 다른 영역인 것 같지만 사실 학습 문제를 보이는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 생활습관의 문제를 함께 보이면서 부모와의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길게는 고학년까지는 부모의 요구에 따르면서 학습을 따라오는 모습을 보인다.

이 시기까지 자신의 감정이나 불만을 크게 표현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은 아이가 이렇게 잘 자라면 어느 정도까지 해낼 것이라는 학습에서의 나름의 기대치를 갖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겠다며 저항을 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모범적으로 잘 순응하면서 공부하던 아이가 갑자기 공부에 손을 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학교생활에서 큰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학교는 무리없이 다니는데 비해 학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학교 공부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사춘기적 문제보다는 다른 영역 즉 학업이나 또래 관계 형성 등의 문제나 가정 내의 불화로 인해 반사회적 문제행동이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최근 사춘기의 학업문제로 찾아오는 모습은 학교 생활은 잘 하고 문제를 보이지 않는데 비해 학원 가는 것이나 학원과 관련된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쩌면 사춘기 아이들이 학교보다 학원에서 더 학습의 거부를 쉽게 보이는 것은 학원의 선행학습과 과도한 학습양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학원에 간다고 하고선 친구들과 PC방에 갔다 오기도 하고 학원가기 싫어 학원 바닥에서 나뒹구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학업에 대한 반항모습도 다양하다.

학원가는 것에 대한 거부가 강하지 못한 아이들 중에는 학원가서 공부하다가 공부가 자꾸 어려워지고 양이 증가하면서 충동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던지거나 책상을 엎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반듯하게 쓰던 글씨도 엉망이 되면서 학교 갔다 집에 오면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이나 TV에만 빠져 있어 자기가 할 일은 하나도 해 놓지 않고 자꾸 미루다가 밤늦게 허겁지겁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했다고 한 것을 보면 답만 빨리 아무렇게나 쓰고 대충 맞추고 끝내는 모습을 보여 믿고 있었던 아이에게 부모가 속은 기분 때문에 불쾌하기도 하고 아이를 신뢰할 수 없는 배신감을 부모가 느끼기도 한다.

시간에 맞춰 행동하기보다는 계속 미루고 알아서 공부하려는 모습이 거의 없어 부모가 일일이 말해 주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으려 해서 이러한 생활 태도 때문에 매일매일 부딪히는 일이 많다.

아이들이 갑자기 공부를 거부하는 것은 자기 동기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되면서 자율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자신의 자율능력을 시험해보는 모습이 증가한다. 학업으로 자율성이나 독립을 표출하면서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의 아이는 학업으로 인한 억압과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거나 부모가 지나치게 학업을 중시여기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이젠 더 이상 부모가 원하는 만큼의 양이나 수준으로 할 수 없다고 아예 선전포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소의 양과 한계선까지만 하려고 하고 그 이상은 절대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정말 심한 경우는 공부를 아예 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있으나 이 경우는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한 거부도 많다.

후자는 자신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부모에게 화난 감정을 표현하려고 일부로 부모가 가장 원하는 공부를 안 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수동-공격적인 모습이라고 하는데 사춘기 아이들이 공부에 손을 놓는 이유에는 부모가 미워서 그런 경우도 많다. 자기의 진짜 속마음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것일지라도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많으면 안하는 모습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꾸 미루기만 하거나 하지 않아서 부모의 속을 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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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사춘기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어떻게 도와야 할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직접적인 저항을 보인 이후이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느끼는 학업에 대한 거부를 가능한 빨리 수용해주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특히 초기 사춘기에 이런 모습이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준다.

그래서 부모의 기대나 요구로 했던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하고 싶고 자신이 계획하는 공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경우 그동안 해왔던 공부와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학습양을 줄이는 것이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학습양을 정해서 1달만 지내보라. 그러면 아이의 태도나 감정이 매우 유순해질 것이다.

특히 초기 사춘기의 아이들에게서는 더 빠른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학습의 모든 면을 아이가 혼자서 알아서 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서는 안된다.

특히 초기 사춘기에 해당되는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

부모는 학업에 대해 같이 충분히 의논해주고 들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위험한 행동은 모든 것을 학원에 맡기고 아이가 하는 공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나 반대로 학원 숙제까지도 다 맞춰주고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이다.

아이가 충분히 주도적이 될 때까지는 아이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도 없다.그러면 허점을 생긴다.

반대로 모든 것을 부모가 다 알아서 매꿔주는 것도 옳지 못하다. 그러면 아이가 의존적이 된다. 아이가 수동-공격적인 모습으로 공부를 안 하거나 계속 미루면서 부모와 다툼을 만들어가는 것에 휘말리면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를 달래가면서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하고 공부할 수 있는 정서적 상태를 만들어 주려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화가 나서 공부를 망치는 것으로 서로를 고통당하게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므로 아이의 화를 풀어주고 해소해 주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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